배가 뒤틀리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거의 예외 없이 어제 저녁 밥상을 떠올립니다. 그런데 원인을 어제 한 끼로 못 박아 두면 정작 범인을 놓치는 일이 생기더라고요. 증상이 시작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균마다 크게 다르기 때문입니다.
먹은 때와 아픈 때 사이
잠복기는 음식을 먹은 때부터 증상이 나타날 때까지의 시간을 말합니다. 이 길이가 원인을 좁히는 첫 단서가 됩니다.
몇 시간 만에 오는 쪽은 음식에 이미 만들어져 있던 독소가 원인인 경우가 많고, 하루를 넘겨 오는 쪽은 몸 안에서 균이 자라는 시간이 필요한 경우입니다. 그래서 오늘 아침에 탈이 났다고 해서 어제 저녁이 범인이라고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균마다 갈리는 시간과 증상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정리해 둔 주요 원인균의 잠복기와 증상입니다. 시간 폭이 이렇게까지 벌어집니다.
| 원인균 | 잠복기 | 주요 증상과 원인 식품 |
|---|---|---|
| 황색포도상구균 | 1~5시간 (평균 3시간) | 구토·설사·복통 / 유제품, 육류 가공품, 도시락 |
| 클로스트리디움 퍼프린젠스 | 8~12시간 | 설사·복통 / 실온에 둔 돼지고기·닭고기 |
| 장염비브리오 | 평균 12시간 | 복통·설사·발열 / 어패류, 생선회 |
| 살모넬라 | 8~48시간 | 복통·설사·구토·발열 / 덜 익힌 동물성 단백질 |
| 병원성대장균 O157:H7 | 12~72시간 | 설사·복통·발열 / 채소샐러드, 햄, 치즈 |
| 노로바이러스 | 24~48시간 | 구토·설사·복통·두통 / 굴 등 패류, 오염된 물 |
| 캠필로박터 | 평균 2~3일 | 복통·설사·발열·근육통 / 덜 익힌 닭고기, 우유 |
"어제 그 회 말고는 없는데" 하고 넘기기 쉬운 자리입니다. 표를 보면 캠필로박터는 사흘까지 가므로, 그제 먹은 닭요리가 원인일 수도 있습니다.
시간을 거꾸로 세는 순서
원인을 좁히려면 증상이 시작된 시각을 먼저 정확히 잡아야 합니다. 거기서 위 표의 잠복기만큼 거슬러 올라가면 의심 구간이 나옵니다.
| 단계 | 할 일 | 막히기 쉬운 부분 |
|---|---|---|
| 1 | 증상이 처음 나타난 시각을 적는다 | 가벼운 복통까지 포함해야 시각이 앞당겨집니다 |
| 2 | 그 시각에서 사흘 전까지 먹은 음식을 적는다 | 하루만 적으면 잠복기가 긴 균이 빠집니다 |
| 3 | 증상 모양으로 갈래를 좁힌다 | 구토가 먼저인지 발열이 같이 왔는지가 갈림길입니다 |
| 4 | 같이 먹은 사람에게 증상이 있는지 묻는다 | 여러 명이면 그 자리 음식일 가능성이 커집니다 |
| 5 | 남은 음식과 포장을 버리지 않고 둔다 | 버리면 조사할 때 확인할 것이 사라집니다 |
① 증상 시작 시각과 사흘치 식사 기록
② 설사 횟수와 모양, 열이 났는지
③ 같이 먹은 사람의 증상 여부
속이 뒤집히는 와중에 기록까지 하라니 싶지만, 병원에서 제일 도움이 되는 것이 이 메모입니다. 여럿이 같이 앓는 경우라면 식품안전 신고 전화 1399로 알릴 수 있습니다. 원인균별 잠복기와 증상은 식품안전나라 식중독 정보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약을 먼저 집으면 안 되는 이유
설사가 심하면 지사제부터 찾게 됩니다. 다만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식중독으로 인한 설사에 지사제를 임의로 복용하지 말고 의사의 진료를 받도록 안내하고 있습니다.
설사가 이어지면 몸에서 물이 빠져나가므로 수시로 물을 마셔 채워야 합니다. 항생제를 쓰게 되는 경우에도 용법과 복용 시간을 지켜야 하며, 남은 약을 스스로 판단해 먹는 것은 피하셔야 합니다.
옮는 균과 안 옮는 균
식중독은 먹은 것에서만 온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노로바이러스는 다릅니다. 감염된 사람의 분변이나 구토물을 통해 사람에서 사람으로도 전파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전염을 막으려면 같은 집 안에서 손 씻기와 화장실 정리가 중요해집니다. 저는 식중독이면 그냥 각자 앓고 지나가는 것인 줄 알았거든요.
자주묻는 질문
있습니다. 캠필로박터는 평균 2~3일로 알려져 있어 사흘 전 음식이 원인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식사 기록을 하루만 떠올리면 원인이 빠집니다.
황색포도상구균처럼 이미 만들어진 독소가 원인인 경우 1시간 만에도 증상이 올 수 있습니다. 먹자마자 구토가 시작됐다면 이 갈래를 먼저 봅니다.
회복에 걸리는 기간은 원인균과 사람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다만 설사가 이어지면서 열이 나거나 물을 삼키기 어려운 상태라면 기다리지 마시고 진료를 받으셔야 합니다.
피부에 두드러기가 함께 나타난다면 식중독이 아니라 음식 알레르기 쪽일 수 있어 갈래가 달라집니다. 숨쉬기가 불편하거나 얼굴이 붓는다면 곧바로 응급실로 가셔야 합니다.
식중독지수는 기온과 습도 같은 조건으로 식중독 발생 가능성을 가늠해 알려 주는 정보입니다. 지수가 낮아도 보관을 잘못하면 탈이 나므로, 조리한 음식을 실온에 오래 두지 않는 쪽이 확실합니다.
같은 상을 받아도 먹은 양과 그릇이 달라 한 사람만 앓는 경우가 있습니다. 살모넬라처럼 잠복기가 8~48시간으로 넓은 균은 다른 가족의 증상이 하루 뒤에 나타나기도 합니다.
설사에 피가 섞이거나 열이 함께 오르고, 소변이 눈에 띄게 줄어든 상태라면 집에서 지켜보지 마시고 병원에서 진료를 받으셔야 합니다.
먼저 증상이 시작된 시각을 정확히 적고, 거기서 사흘 전까지 먹은 것을 되짚어 보십시오.
구토가 앞섰는지 발열이 같이 왔는지로 갈래를 좁히고, 남은 음식은 버리지 말고 두시면 됩니다.
지사제를 먼저 집는 대신 물부터 채우시고, 피가 섞이거나 열이 오르면 그때는 병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