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편안한 마음으로 TV를 켰는데
화면은 아주 잘 나오는데 소리만
묵묵부답인 겁니다.
볼륨을 최대로 올려보고
음소거 버튼을 사정없이 누르고,
전원을 껐다 켜봐도 소용없었습니다.
그래서 심지어 재미진 김부장을
화면으로 그림으로만 봐야했던 슬픈 현실 ㅎㅎ
'아, 올 것이 왔구나. 스피커가 고장 났나 보다' 싶어서 차일피 미루다가 결국 부랴부랴 AS를 신청했습니다.
문제는 저희 집이 엘리베이터 없는 5층이라는 점이었습니다 ㅠㅠ
예약 당일인 오늘 기사분이 해맑게 아주 친절한
목소리로 AS부르셨죠?
집에 계신가요?
저는 네 혹시 지금오시나요?
1시예약인데요~
그랬더니 마침 근처에 수리하러 오셨던차라
시간이 된다고 하셨습니다 야호~
굵은 땀방울을 닦으며 거친 숨을 몰아쉬며
5층 계단을 올라오시는 기사님을 뵙자니
죄송해서 고개를 들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내 돈 내고 고치는 건데 뭐!'라며 애써 마음을 다독였죠.
그리고 준비 해뒀던 냉커피부터 냉큼^^
기사님은 큰 베낭에 새 스피커를 들고 오셨는데
저는 산악하러 오신 줄 ㅋㅋㅋ
들어서자마자 숨을 고르실 틈도 없이 TV 앞으로 가시더니, 이것저것 테스트 해보시더니
단 3초 만에 TV 뒤쪽을 쓱 보셨습니다.
그리고는 말없이 선 하나를 집어 들어 무심하게 '딸깍' 꽂으셨습니다.
"고객님, 한번 들어보세요."
웅장하고 선명한 소리가 방안을
가득 채웠습니다.
순간 저희 집 시간이 멈춘 것 같았습니다.
고장 난 줄 알았던 TV가 아니라, 단지 꽉 끼워져 있지 않던 선 하나가 문제였던 겁니다.
달아오른 얼굴을 감싸며 "정말 죄송합니다...
선이 빠진 줄은 꿈에도 몰랐네요"라고
기어어가는 목소리로 사과하자,
기사님은 허탈한 미소를 지으며 한마디를 남기셨습니다.
"아이고, 생각보다 이런 일 엄청 많습니다.
허허허." 괜찮습니다
하지만 그 웃음 뒤로 '오늘도 5층 계단을
땀 흘려 올라와서, 선 하나 꽂고 3초 만에 내려가는구나...' 하는 씁쓸한 영혼의 탈곡(?)이 느껴지는 듯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출장비는 얼마면 될까요?
했더니 기사님이 아닙니다 돈 안주셔도
됩니다 그러시곤 다시 5층 계단을 터덜터덜
내려가시는 뒷모습을 보며,
저는 또한번 미안함과 허탈감이
선이 문제였다니 ㅋㅋ
오늘도 교훈을 얻어 갑니다. "확신하기 전에, 선부터 확인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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